1. 고식적 항암치료 palliative chemotherapy
고식적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언발에 오줌누기’이다. 언발이 추우니 나중에 다시 얼던 말던 일단 오줌을 누어서 발을 따뜻하게 녹이는 것이 사전적에 나온 ‘고식적’의 뜻이다. 그래서인지 사실 고식적 항암치료라는 말은 그다지 좋은 어감으로 와 닿진 않는다. 왠지 항암치료가 임시방편 미봉책처럼 느껴진다.
원래 고식적 항암치료라는 말은 영어의 palliative chemotherapy를 번역해서 온 단어이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원래 palliative라는 말은 1) 완화의 (병·통증 등을) 경감[완화]하는, 2)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palliative chemotherapy는 병이나 통증을 줄어들게 하고 완화하는 항암치료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고식적 항암치료라는 번역이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는다. 단어가 어렵고 어감이 좋지 않아 환자분들에게 좋게 와닿지 않아서이다. 아마도 ‘완화의 항암치료’라는 것이 더 부드러운 번역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고식적 항암치료는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항암치료이다. 보통 다른 장기에 전이가 있는 4기의 환자들이 고식적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고식적 항암치료는 근본적으로 완전히 암을 뿌리뽑고 완치까지 바라보는 항암치료가 아니어서 좋은 의미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고식적 항암치료는 그래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고식적 항암치료를 통해서 생명연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 근치적 항암치료 Curative chemotherapy
Curative chemotherapy에서 cure는 ‘완치’라는 의미이다. 근본적으로 완치한다고 해서 curative chemotherapy는 근치적 항암치료라고 번역을 한다.
흔히 암은 조기에 발견되어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완치를 바라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일부 암은 수술 안하고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 할 수 있다. 여기저기 전이가 있어도 항암제에 워낙 잘 들어서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임파종이나 백혈병 같은 혈액암은 여기저기 퍼져 있어도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고식적 항암치료와 다르게 완치를 목표로 하게 되고 완치라는 목표를 놓쳐서는 안되기에 환자분이 힘이 들더라도 정해진 용량을 다 써서 강하게 항암치료를 한다. 항암치료를 한다고 해서 다 완치가 어려운 상태는 아니다.
근치적 항암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암 |
백혈병 임파종 융모막암종 소세포폐암 |
3. 보조 항암치료 adjuvant chemotherapy
새로운 항암제들이 그렇게 많이 나오고 있어도 아직까지 암이라는 것은 수술적 완전 제거가 완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암세포라는 놈들은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와 비슷하다. 그래서 이놈들을 완전히 박멸시키려면 제초제를 쓰는 방법도 있지만, 수술로서 확실히 드러내는 것이 가장 유용하다. 그래서 수술을 할 때에는 충분한 경계를 두고 암덩어리를 충분하게 떼어낸다. 그것도 모자라서 수술장에서 즉석동결 현미경 검사(frozen test)를 해서 암세포 하나라도 남아있나 확인을 하고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다시 충분히 잘라 낸다. 외과의사들은 눈에 안 보이는 암세포를 조금이라도 남겨 놓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이놈들은 어딘가 숨어있다가 나중에 잡초처럼 자라나서 재발하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이것이 나중에 재발을 일으키는 씨앗이 된다. 암세포 하나에는 무한히 증식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간혹 수술 받고 1년 만에 재발했느니, 3년 만에 재발했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런 경우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들이 몸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마구 자라나면서 재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술 받고 나서도 몸에 암세포들이 남아있는지 안 남아있는지는 검사를 통해서 알아낼 재간이 없다. 암덩어리가 10억 개가 모여야 손톱만한 크기인 1cm가 되는데, 현미경을 이용해야 보이는 미세한 암세포 한두개는 CT, MRI, PET 검사를 제아무리 총동원하더라도 찾아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재발을 잘 한다고 알려져 있는 고위험 환자는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들을 완전 박멸 시키기 위해 항암치료를 받게 되다. 이것을 보조 항암치료(adjuvant chemotherapy) 라고 한다.
“환자분 대수술 받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수술 후 조직검사를 보니 환자분은 대장암 3기에 해당되어서 나중에 재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암이라는 것이 나중에 재발이 되면 사실상 완치는 물 건너 가는 것이거든요. 대수술 받은 지 얼마 안되어 힘드시겠지만, 고생하는 김에 조금만 더 고생 좀 해봅시다. 재발될 가능성을 줄여보기 위해 항암치료를 시작해 봤으면 좋겠네요.”
즉 보조항암치료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보조항암치료는 완치를 목표로 한다. 고식적 항암치료가 기약 없이 항암치료를 하는데 비해 보조 항암치료는 4회-8회 정도 횟수를 정해 놓고 시작한다. 항암치료가 끝나면 더 이상 치료를 하지 않고, 암이 재발하나 안 하나 정기적으로 경과관찰만 하게 된다. 암 치료를 졸업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보조항암치료를 한다고 해서 100% 재발을 막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발할 확률을 줄이는 것이다. 가령 수술만 할 경우 3년뒤 재발율이 20% 라면 보조항암치료를 하고 나서는 3년뒤 재발율이 10%가 되는 식이다. 대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 등에서는 이미 보조항암치료의 효과가 입증이 되어 많은 환자들이 보조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모든 암에서 다 보조 항암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고 효과가 입증된 암에서만 한다.
보조항암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암 |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 |
4. 선행화학요법 neoadjuvant chemotherapy (신보조항암요법)
선행화학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은 수술하기 전에 항암치료를 먼저 하는 것을 말한다. 즉 항암치료를 먼저 해서 종양을 줄여놓고 그 뒤에 수술을 하는 것이다. 그냥 막 바로 수술해도 되는데 왜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그 뒤에 수술을 할까?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미용적인 이유와 기능적인 이유가 그것이다.
유방암의 경우 미용적인 이유로 선행화학요법을 하기도 한다. 남자들은 잘 이해하기 어렵지만, 여성들에게 한쪽 유방을 완전히 짤라 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심리적 상처가 크다. 목욕탕에도 갈 수 없고, 옷을 입어도 옷 맵시가 안 산다. 그래서 일부 유방암의 경우 항암치료를 먼저 해서 암덩어리를 줄여 놓고 그 뒤에 유방보존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또 염증성 유방암처럼 수술이 불가능한 암도 선행화학요법으로 암덩어리가 많이 줄어들게 되면 수술 가능해 지기도 한다.
두경부 암인 경우에는 너무 광범위하게 절제를 하게 되면 수술을 잘 되었는데, 얼굴을 프랑켄슈타인이 될 수 있다. 수술이 잘 되어 암덩어리가 잘 제거 되었다고 하더라도 눈코입이 이상하게 변하고 목소리도 안 나온다면 삶의 질은 엉망이 될 것이고 정신적 충격도 심하게 된다. 선행화학요법은 미용적인 면에서 볼 때 장점이 있다.
선행화학요법을 하는 데에는 미용적인 이유 말고 기능적인 이유도 있다. 항문암의 경우 수술로 제거하자면 항문을 제거하게 되어 인공항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인공항문을 만들어 평생 배꼽 옆에서 똥이 나오게 된다면 이것은 환자에게는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가 된다. 아무리 오래 사는 것도 좋고 암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말이다. 이럴 때에 선행화학요법으로 암이 줄어들게 되면 항문을 살릴 수가 있게 된다. 고등학교 남자 아이들이 잘 걸리는 골육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골육종을 주로 다리에 많이 생기는데 예전에는 골육종에 걸리면 무조건 한쪽 다리를 완전히 짤라 냈다. 평생 다리 하나로 사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선행화학요법이 도입되면서 다리를 살릴 수 있게 되었다. 선행화학요법으로 암덩어리를 줄여 놓고 암만 도려내면서 무릎에 인공관절 즉 마징가 제트 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치료효과 면에서는 다리를 절단한 것과 동일하면서 다리를 살릴 수 있다. 젊은 청년이 평생 목발을 짚고 사느냐 아니면 약간 불편하나마 자기 두발로 걷느냐는 엄청나게 다르다.
선행항암요법은 수술의 범위를 축소 시켜 각 장기의 기능과 미용적 측면을 보존하자는 취지가 강하다. 이외에도 수술 전에 항암제를 미리 써봄으로써 이 항암제가 나에게 맞는 항암제인지 안 맞는 항암제인지를 알 수도 있다. 골육종 같은 경우 항암치료로 암세포가 몇%나 죽었나를 보고 예후를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암이 다 선행항암요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선행항암요법의 효과가 모든 암에서 다 입증된 것은 아니고, 아직은 유방암, 두경부암, 골육종등 몇 가지에만 국한되어있다.
선행항암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암 |
유방암 골육종 두경부암 항문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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