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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꿀팁

기생충 영화 해석 (스포주의)

지극히도 한국적이며 너무 현실적이라 무서운 영화였던 '기생충' 영화에 대한 각종 해석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에 한해서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리며,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1. 인디언 : 다송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지하에서 바퀴벌레처럼 기어나온 기생남 '근세'를 목격한 이후로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인디언이 되었습니다. ​ 그런데 다송의 엄마인 '연교'는 극 중에서 두 번이나 강조해서 말합니다. 다송의 인디언 활과 텐트들은 모두 미국에서 해외 배송으로 직구했다고 말이죠. 이건 다시 한 번만 생각해보면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섬뜩한 메타포가 되기도 합니다. ​ 왜냐하면 그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편안하게 인디언들의 소품을 배송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미국이 인디언들을 원래의 집과 땅에서 쫓아내버린 덕분이었기 때문입니다. ​ 다송은 인디언들처럼 자신의 집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다송이 본받으려고 했던 인디언들의 그 저항정신은 미국이 상품화시킨 과거의 흔적일 뿐이었습니다. 즉 상류층 집안의 아이 다송은, 역사적 약자였던 인디언의 저항 정신마저도 돈으로 사서 놀이로 즐기고 있었던 것이죠. ​ 영화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부잣집 아이들은 구김살이 없다'라고 말이죠. 그들이 구김살이 없는 것은, 그리고 미국이 한때는 자신들을 위협했던 인디언마저도 태연하게 상품화시킬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이 매우 안전한 위치에 있음을 확신하고 자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즉 지금 체제 안에서는 내 위치가 뒤집힐 일이 없다는 것을 자신하기에, 그토록 구김살 없이 약자들의 저항 코드마저도 단순한 놀이로 삼을 수가 있는 것이죠.

 

2. 계단 : 이 작품에는 계단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계단은, 기택 가족과 박사장 가족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기택 가족의 집으로 가려면 언제나 계단을 '내려가야' 했고, 박사장 가족의 집으로 가려면 언제나 계단을 '올라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수해가 났을 때 기우가 무수한 계단을 내려가다 말고 멈칫했던 것은, 바로 자신에게 있어 계단이란 것이 어떤 맥락인지를 순간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사물 자체로서는 똑같은 계단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각기 다른 사회적 지위로 들어왔을 때에는 역시나 완전히 다른 상징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3. 기획 단계에서의 제목은 '데칼코마니'였다는 것 : 지하실 남자 근세가 사채에 손을 대고 채권자들에게 쫓기게 된 것은, 마지막으로 '대만 카스테라' 사업에 손을 댔다가 엎어진 후라는 설정이 나옵니다. 그런데 기택 역시도 (1) 치킨집 (2) 대만 카스테라 사업을 하다가 줄지어서 망한 다음, 지금과 같은 신세가 된 것이었죠. 그래서 두 가족은 닮아있습니다. 그런데 닮은 두 가족들은 서로 연대하고 공생하기 보다는, 딱 한 자리가 남은 기생 관계를 놓고 다투는 관계가 되어버렸죠. 문광이 뇌진탕으로 죽어가며 "충숙이 언니가 원래 참 좋은 언닌데..." 라는 대사를 읊조리는 것은 바로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서로 닮아있기에 한 인간 개인으로서는 다퉈야 할 이유가 전혀 없으나, 이 사회의 체제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라는 걸 이런 두 가족의 구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4. 육사 출신 할아버지의 수석 :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했던 이들이 누구인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육사 출신의 군인들이 주축이었죠. 그러니까 한국의 현대사에 있어 '계획'을 가장 많이 했던 이들이 바로, 그들 육사 출신 군인들이었다는 소리입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각자가 갖고 있는 정치적 관점에 따라 갈리겠지만, 좋든 싫든 우리는 그 육사 출신 할아버지들의 유산을 물려받은 채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인들이 인생을 '계획'을 해야한다는 그 특유의 무의식적 압박을 갖고 있는 것도, 거기에서 상당 부분 영향을 받고 있는 거겠죠. 물론 육사 출신 할아버지라는 그 설정이 스쳐지나가듯 들어가있는 것은 하나의 유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살인의 추억'과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느낌?)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 '계획'이라는 것이 이제는 그 때의 할아버지 세대에서나 가능해진 것일뿐, 역시 현 세대에게는 특정 계층에서나 가능해진 일임을 환기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5. 기택의 스마트폰 화면이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장면 :  화면 윗부분의 상태창에는 사용하지도 않는 스마트폰의 온갖 기능들이 다 켜져 있습니다. 즉 지금 당장 그 기능들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걸 켜두면 배터리만 닳게 되는데, 부모님 세대는 스마트폰을 잘 다루질 못하시니 그걸 꺼두지 않는 디테일을 그 짧은 장면에서도 넣고 있는 거죠.

 

6. '근세'는 바나나를 '씹어 먹지' 않습니다. 대신 벌레들이 과일을 빨아먹듯 천천히 입을 오물거릴뿐이죠. 개인적으로는 너무 소름 돋는 연기 디테일이었습니다. 

 

7. 기택 가족의 집에 걸려있는 현판에는 '안분지족'이라는 말이 쓰여져 있습니다. '자기 분수에 편안해하며 만족하고 살자'라는 뜻이죠. 

 

8. 엄마 '충숙'은 민혁이 처음 수석을 가져왔을 때 "먹을 거나 가져오지" 라고 투덜거립니다. 그런데 그 수석으로 인해 기우가 면접을 보러 가게 되자, 그 수석을 정성스럽게 닦으며 기우를 배웅해주고 있죠. '계획'에 대한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는 수석을 홀대했지만, '계획'이 가능해지자 그 누구보다 수석을 어여삐 여긴 것입니다. 

 

8. 다송이 영화 내내 그리고 있는 그림들은 모두 '근세'의 몽타주입니다

9. 수석 : 인간이 계획적으로 어떤 행위를 해나가는 것에 대한 상징